고등학생 이모(18)양은 요즘 고민이 많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찾아오는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고 일어났을 때 치아가 얼얼하고 턱은 물론 주변의 목과 어깨, 귀속 근육까지 통증이 느껴졌다.

이 양은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아침 찾아오는 통증에 스트레스가 커지고 컨디션도 무너졌다. 결국 통증을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의사로부터 자신의 통증이 '수면 이갈이'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몇 개월간 기구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받고 이갈이가 줄었고 통증도 사라졌다. 

턱관절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턱관절장애 진단(질병코드 : K07.6)을 받은 환자는 2010년 25만명에서 2015년 35만명으로 40.5%가 증가했다.

특히, 2015년 턱관절장애 환자 중 10대가 5만 9천명(17.1%), 20대가 9만 3천명(26.9%)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 학업에 힘쓸 시기에 턱관절통증 때문에 고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턱관절통증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이갈이가 제기되고 있다. 이갈이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잠을 잘 때 이를 갈거나 꽉 깨무는 행위이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치과 황진혁 교수는 "최근 턱관절통증이나 두통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이갈이로 진단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이갈이 환자의 66~84%가 안면부위 통증을 함께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턱관절통증이 있는 경우 이갈이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여러 연구에서 이갈이 환자는 전체 인구의 8% 정도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유소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 11살 미만의 아동의 경우 유병률이 40%에 이른다. 특히, 수면이갈이는 18~25세의 사람들 중 15%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이갈이를 하게 되면 크게 신체의 세 부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첫째로 치아가 마모될 수 있다. 사람의 치아는 수직적인 하중에는 강해도 수평적인 하중에는 약하기 때문에 이갈이를 하게 되면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될 수 있다. 둘째로 턱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밤새도록 이갈이를 하면 턱관절이 상하게 되고 통증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이갈이는 두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 턱을 움직이는 근육 중 머리와 가까운 교근(Masseter Muscle)과 측두근(Temporalis Muscle)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두통이 나타나게 된다.

황 교수는 "이갈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갈이가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갈이 치료를 장기간 미루게 되면 턱관절에 무리가 와 턱관절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하며 심한 경우 입이 안 벌어져 턱관절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치아 마모·턱관절 장애·두통 등 '다양한 이갈이' 증상

이갈이는 보통 음식물을 씹을 때보다 2~10배 이상의 강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치아 표면은 물론 잇몸과의 경계인 치경부의 마모와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치아파절도 발생할 수 있다.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이갈이와 같은 수평적 힘에는 잘 견디지 못해 추가적인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갈이를 방치하게 되면 만성적인 턱관절장애와 함께 치아의 비정상적인 마모, 수면 무호흡과 두통 등의 통증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팔을 많이 사용하면 팔이 아프고 잘 안 펴지는 것처럼 이갈이를 하는 동안 강한 힘으로 턱관절을 사용하면 턱은 물론 머리에도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장기간 이갈이를 하면 사각턱 등의 외모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의심 증상 있을 경우 병원서 정확한 진단 받아야

이갈이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치아의 마모상태, 턱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근전도검사 등 종합적인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수면다원화검사는 수면 시 뇌파,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이갈이를 진단한다. 또한, 전체 치아를 덮는 교합안전장치를 착용한 뒤 잠을 자면 이갈이를 한 경우 장치에 표시가 나타나게 돼 이갈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병원 방문에 앞서 이갈이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귀 앞쪽이 뻐근하거나 소리가 나는 경우, 턱관절에 뭉쳐 있는 느낌이 있고 입을 벌릴 때 무거운 느낌이 있는 경우, 원인 모를 치통이나 두통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또 이를 악물게 되면 혀나 뺨에 물결 모양의 주름이 생기는데 이 역시 이갈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황진혁 교수는 "수면 이갈이는 잠을 자는 내내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수십 년을 함께 생활해온 부부 간에도 배우자의 이갈이를 인식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갈이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 치료 없어 완화·예방에 초점

현재까지 이갈이를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황진혁 교수는 "스트레스는 오랫동안 이갈이의 원인이나 악화 요인으로 생각되어져 왔다"며 "이갈이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연구됐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는 만큼 이갈이 치료는 이갈이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증상을 치료하고 징후를 예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먼저 교합안정장치는 이갈이로 인한 치아의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이갈이 유무를 측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교합안정장치를 착용함으로써 이갈이로 인해 발생하는 힘이 치아와 치아 주변 조직, 근육, 턱관절 등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이갈이로 인한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교합안정장치는 잘 맞지 않는 상태에서 장기간 장착하게 되면 치열이 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최소 1~3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인 점검을 받으면서 장착해야 한다.

또한, 다른 치료법으로는 저작근에 보툴리늄독소를 주사해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줄임으로써 이악물기나 이갈이의 강도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 물리치료를 통해 턱근육을 풀어주고 도수치료를 통해 턱관절을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위험요인을 조절해 이갈이를 예방하기도 하는데 이갈이의 요인인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또 평소 이를 악물거나 뺨의 안쪽 살을 깨무는 버릇, 혀를 깨물거나 혀로 치안 안쪽을 밀고 있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안면 근육을 긴장시키며 이갈이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이갈이 치료법은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한 치료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어느 정도 이상으로 근육이 활성화되면 전기 자극 등의 신호를 통해 근육의 활성화를 멈춰 이갈이를 방지하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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