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최고 의료진이 만났다. 라이브 수술로 아시아 의사들에게 최신 수술법을 함께 가르치고, 지속적인 협력에도 생각을 모았다. 약 60년 전 미국에서 의학을 배운 한국의료가 이제는 그 나라와 협력하고, 다른 지역에 선진 의술을 전수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메이오클리닉은 16일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의사 50여 명에게 뇌심부자극술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수술은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와 메이오클리닉 신경외과 켄달 리(Kendall Lee) 교수가 집도했다.

백 교수는 환자 뇌의 오른쪽, 켄달 리 교수는 왼쪽 부위에 각각 전극을 삽입했다. 두 교수는 서로의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의 포인트에선 얼굴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강당에 모인 의사들은 큰 스크린을 통해 두 교수의 수술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전극의 위치가 목표한 곳에서 1mm만 벗어나도 환자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6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두 교수 모두 수술 전 목표한 위치에 전극을 정확히 심었다. 파킨슨병이 진행돼 몸을 제어하지 못했던 환자(50세 · 남)는 수술 후 안정을 찾았다.

최근 한국의료의 발전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의료진 교육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메이오클리닉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과 교육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대병원과 메이오클리닉은 이 교육에 앞서 14일에는 학술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두 기관은 내년에는 미국, 그 다음 해에는 한국에서 심포지엄을 이어가며, 수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로써 서울대병원은 매사추세츠종합병원(뇌종양), 토마스제퍼슨병원(두개저내시경수술)에 이어 메이오클리닉과도 지속적 협력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라이브 수술(왼쪽 백선하, 오른쪽 켄달 리 교수).
라이브 수술(왼쪽 백선하, 오른쪽 켄달 리 교수).

뇌심부자극술은 뇌에 전극을 넣은 후 전극자극을 줘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환자를 깨운 상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수면 중에는 환자의 뇌 신호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환자의 고통이 너무 극심해 수술을 하는 의료진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대병원 파킨슨센터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부터 환자를 재운 후 수술을 시행해왔다. 수술은 훨씬 까다롭지만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예후는 극대화하는 파킨슨센터만의 수술법을 정립했다.

라이브 수술 강당.
라이브 수술 강당.
파킨슨센터는 이런 우수성을 인정받아 작년 아시아 지역 최초로 뇌심부자극술 라이브 수술 교육을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했다.

교육을 인증한 MDS(Movement Disorder Society)는 전 세계 이상운동질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로 이 분야에선 최고로 꼽힌다.

올해는 이 교육을 메이오클리닉과 함께 개최, 작년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아시아 의사들에게 제공했다. MDS 상임이사인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라이브 수술 준비를 위해 밤을 새는 등 완성도 높은 교육에 큰 역할을 했다.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일정을 위해 메이오클리닉에서 10명의 의료진이 방한했다. 이처럼 많은 메이오클리닉 의사가 미국 외의 국가를 방문하고, 현지 의료진과 함께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며 "서울대병원은 세계 유수 병원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SNUH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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