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찬물로 양치질을 하거나, 혹은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셨다가 갑자기 칼바람 맞은 것처럼 이가 시려서 놀란 적이 있다면, 다가오는 겨울은 더욱 더 시린 계절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 진료인원은 2014년 약 1300만명으로 2012년 843만명보다 53% 증가한 수치다. 날씨는 추워도 입 속 건강만큼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숙지해야 할 치아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자.

시린 자극도 일종의 통증

찬물을 마시거나 찬물로 양치질 하면 이가 시린 게 당연할까? 아니다. 건강한 치아는 차고 뜨거운 등의 외부자극에 이가 시리지 않는다. 시린 증상은 치아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신호이며, 시리다는 느낌도 일종의 약한 통증이다. 이 시기를 방치하면 치아문제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린 자극보다 더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강남 차병원 치과 박성진 교수는 “건강한 치아에서는 잇몸과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 껍질이 치아 안쪽의 상아질을 보호한다”며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면 상아질에 아주 작은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을 통해 자극물이 치아신경에 전달돼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잘못된 칫솔질 습관으로 치경부가 마모된 경우나 노화현상에 의해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된 경우, 저작력에 의해 치아의 씹는 면이 심하게 마모된 경우,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진 경우 등 다양하다. 시린니를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아나 잇몸이 손상될 수 있다.

양치습관부터 보철물 관리까지 재점검 필요

시린 증상을 동반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충치가 있다. 충치가 치아 안쪽의 신경부분까지 진행되면 시린 증상이 생긴다. 특히, 금과 레진 등의 보철물은 교체할 시기가 지나면 치아 사이에 들뜸 현상이 나타나고 그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가 다시 충치를 유발, 시린니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장착한 지 5년 이상 된 보철물은 매년 1~2회 정기점검을 해야 한다.

치경부(차아와 잇몸사이 경사진 부분) 마모가 일어난 경우에도 시린 증상이 심하다. 치아 겉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법랑질이 마모되면 연한 상아질이 남게 되는데, 상아질은 치아신경부분과 가까워 뜨겁거나 찬 자극에 시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흔히 좌우로 세게 칫솔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도 치경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파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일단 치과에 가서 올바른 칫솔질 교육을 받는 것이 급선무이고, 마모가 심하면 레진(인공충전물)으로 마모된 곳을 메워주어야 한다.

잇몸 붓고 피나는 풍치, 방치 말아야

치아가 빠지거나 충치 등으로 극심한 치통을 호소하는 경우엔 바로 치과진료를 받게 되지만, 시린 증상은 나이 들면서 누구나 다 겪는 당연한 증상이라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 차병원 치과 박성진 교수는 “시린니를 그대로 방치해서 심한 경우에는 잇몸뼈가 녹아 내리고 치아뿌리가 드러나는 등 무서운 치주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치나 사고로 인한 치아 상실은 한두 개로 그치지만, 치주질환 때문에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 한두 개 빠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아 주위 조직이 바람 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라고도 한다. 충치가 20세 이전에 잘 발생한다면, 풍치는 30세가 넘어가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치태와 치석이다. 미세한 세균덩어리인 치태가 오래 돼 딱딱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이러한 치석이 잇몸에 쌓이면 염증이 생기면서 치주질환으로 악화된다. 치주염은 치아를 떠받들고 있는 주변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염증이 심해져 치조골에까지 번지면 치아를 지탱해줄 수 없어 멀쩡한 치아를 상실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치주염은 심각하게 진행될 때까지 시린 느낌 빼고는 별도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치주염이 많이 진행되어 잇몸이 붓고 피가 나고 통증이 심해진 다음에야 치과를 찾게 되는데, 이때에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 치아를 빼는 수밖에 별도의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해질 경우 젊은 나이에 틀니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증 치주염은 수술치료 필요

이미 치주질환에 걸렸다면 치석제거술과 같은 잇몸치료를 통해 건강한 잇몸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중증 치주염으로 잇몸뼈가 녹아내리고 치아 뿌리가 드러난 경우에는, 잇몸을 절개해 세균과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인공뼈를 이식하는 치조골 이식술이나, 내려간 잇몸을 새로 만들어 주는 치은이식술을 받아야 여러 증상들이 완화될 수 있다.

풍치 환자의 경우 한꺼번에 여러 개의 치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 씹는 즐거움과 맛을 느끼는 부분에서 자연치아와 90% 이상 비슷한 임플란트 시술이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 하던 틀니나 브리지는 오래 사용할 경우 치아와 잇몸 및 잇몸뼈의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된다면 임플란트와 함께 병행해 시술할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 임플란트는 심한 당뇨나 간질환, 심장질환자의 경우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사전에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 식립 후에도 꾸준한 관리하는 것이 치아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이다.

주기적인 스케일링과 올바른 양치 습관을

이가 시리다는 것은 치아나 잇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신호이다. 또한 이가 시리다 보면 자연히 칫솔질을 소홀히 하게 되고 충치나 치주질환(풍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발견됐을 때 즉시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받아야, 치아나 잇몸이 상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양치질 습관도 중요하다. 거친 칫솔모를 사용하거나 옆으로 문지르는 칫솔질은 치아나 잇몸을 마모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주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태와 치석을 철저히 제거하는 것도 치아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강남 차병원 치과 박성진 교수는 “치석제거 후 이가 시리다든지 이가 움직여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것들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얼마 후에는 찬 음식에 대해서도, 치아동요에 대해서도 치유가 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스케일링 후 더 나빠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염증을 일으키는 치태와 치석이 제거되어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른 치료와 달리 잇몸질환의 예방이나 치료는 수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컬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