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D 음성 혈액형은 서양인은 약 15% 정도 확인되는 데 반해 한국인은 약 0.15%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희귀하다.

RhD 음성 환자는 응급상황을 제외하고 반드시 RhD 음성 혈액을 수혈해야 한다. 이는 의료계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RhD 음성자를 RHD 유전자 검사로 조사한 결과 약 20%는 RhD 음성이 아니었다.

이들은 RhD 변이형이 었고, 대부분은 ‘아시아 DEL형’이란 혈액형이었다. 이 혈액형은 이름에서 암시하듯이 서구인은 거의 없고,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해 중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에 주로 존재한다.

이는 RHD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규명됐는데, RHD 유전자의 엑손 9번 1227 염기가 G에서 A로 바뀌면서 D항원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기존 혈청학적 검사법으로 RhD 음성으로 분류되므로 RhD 음성환자에게 수혈될 경우 항-D 항체를 생성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지방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68세 RhD 음성 남자환자가 RhD 음성 혈액(이후 ‘아시아 DEL형’으로 규명됨)을 수혈 받은 뒤 항-D 항체가 발생했다고 처음 알려진 이후 현재까지 3건이 논문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이 중 러시아 환자가 한 명 포함되어 있어 RhD 음성 비율이 높은 외국인 수혈시 보다 주의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시아 DEL형’ 수혈의 문제점이 최근 대두되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는 RhD 음성으로 분류된 헌혈혈액 중 일부에 RHD 유전자 검사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최근 신의료기술심사를 통과하여 RHD 유전자 검사를 공식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환자가 순수 RhD 음성이 아닌 ‘아시아 DEL형’으로 규명된 경우는 RhD 음성혈액 공급이 어려운 응급상황에서는 RhD 양성 혈액을 수혈받아도 안전하다고 제 4판 수혈가이드라인(2016전면개정)에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 중 하나는 비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와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경운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내 RhD 음성 환자 110명의 RHD 유전자를 분석하여 효과적인 검사 전략을 밝혀 국제수혈학회지(Vox Sanguinis)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 혈액에 RHD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여, 110명 가운데 순수 RhD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은 89명(80.9%)이었고, 나머지 21명(19.1%)은 RhD 변이형으로 조사됐다. RhD 변이형 중 아시아인에게서 유독 많은 ‘아시아 DEL형’을 보유한 사람이 14명(66.6%, 14/21)으로 절반이 넘는다.

연구팀이 고안한 검사 전략은 Rh의 다른 항원인 C와 E 항원이 둘 다 없는 경우(Rh C-E-)는 RHD 유전자 검사 없이도 100%의 양성예측도로 순수 RhD 음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연구 대상자 중 절반(52.7%)이 넘는 사람은 RHD 유전자 검사를 할 필요없이 간단한 RhCE 표현형 검사만으로도 본인의 혈액형이 순수 RhD 음성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이 검사로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

조덕 교수는 “RhD 음성 혈액형은 의료기관에서 찾기 드문 탓에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환자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서 “특히 가임기에 접어든 RhD 음성 혈액형을 가진 여성이라면 임신 시 태아와 산모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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