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0mmHg로 바꿀 것인가, 140/90mmHg를 유지할 것인가’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두고 학계와 의료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130/80 mmHg 으로 결정될 경우 당장 고혈압 환자로 편입될 사람들이 약 650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진료지침 제정의 전권을 위임받은 대한고혈압학회가 관련 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로운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 내년 5월 발표' 예정 = 지난 12월 6일 대한고혈압학회 사무실에서 메디트리트저널과 만난 조명찬 이사장<메디트리트저널 사진>은 “현재 학회내 진료지침위원회 논의와 함께 당뇨, 신장, 뇌졸중, 내과, 심장, 예방의학학회 등 유관 학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나온 가이드라인을 내년 5월 중순경 열리는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때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명찬 이사장은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에 대해 “고혈압의 약물 선택 및 처방 방향에 대한 고혈압 진료지침은 SPRINT 연구 같이 새롭게 발표된 연구결과, 메타분석 또는 최신정보 및 최근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 등을 바탕으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기존 지침을 변경할지에 대해서는 학회 진료지침위원회에서 검토하고 개정이 필요할 만큼의 과학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업데이트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2013년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KSH) 진료지침과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ESC/ESH) 권고안 및 2014년의 Joint National Committee 8차 보고서(JNC8) 등을 참조해 현재 140/90mmHg를 기준으로 고혈압으로 진단해 치료하고 있다.  

2014년 대한의학회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여러 유관학회들이 참여, 일차의료용 근거기반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을 제정해 개원가에 보급한 바가 있고 또한 2007년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지침은 2020년 수은혈압계의 퇴출에 따른 진료실 자동혈압(AOBP)의 도입이나 표준화된 혈압측정의 기준을 제시해야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가정혈압 및 활동혈압과 관련된 내용을 새로 추가하고 이를 진료지침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캐나다에 이어 올해 미국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내년에 유럽과 일본에서도 발표될 예정으로 있어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도 개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조 이사장은 “미국이나 해외 국가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관계없이 학회 차원에서 지난 수년간 국내 진료지침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준비해 온 상태”라며 “고혈압 기준의 변동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강해 즉흥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존 지침을 유지하자니 점차 증가하고 있는 고혈압으로 인한 심혈관 사망률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반해 새로운 지침으로 바꾸자니 사회경제적으로 유발 될 수 있는 혼란과 비용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조명찬 이사장은 “미국의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 자체뿐 아니라 환자의 종합적인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를 평가해 조절목표를 설정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는 예를 들어 같은 수축기혈압 130mmHg에서도 동반된 위험 요인에 따라 10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는 1.1%에서 38.5%까지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역학 조사에 기인한 치료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양인(미국인)과 동양인(한국인)을 동일한 역학조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이사장은 “130에서 140사이에 고혈압 환자들이 심혈관 질환으로 유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해 볼 때 좀 과장되게 말하면 미국인에 비해 아시안들이 1/4 수준”이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미국의 기준에 꼭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130/80mmHg 변경시 '사회 경제적 파장' 커= 특히 조명찬 이사장은 기준 혈압을 낮추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영향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성하 국제교류이사, 조명찬 이사장, 이해영 학술이사(단체사진 왼쪽부터).
박성하 국제교류이사, 조명찬 이사장, 이해영 학술이사(단체사진 왼쪽부터).

조명찬 이사장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취직 승진 등에서 차별이 적용될 수 있고 고혈압 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치료 등 의료비가 상승하고 직간접 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수준의 고혈압 질병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 13조원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도 진료지침 개정을 위해 논의가 한창인 학회 내부에서도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이해영 학술 이사는 “100세 수명시대에는 맞는 고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100세까지 혈관이 버티려면 현재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 조절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학술 이사는 “100세 수명시대에는 맞는 고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100세까지 혈관이 버티려면 현재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 조절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과 인터뷰에 배석한 이해영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메디트리트저널 사진>는 100세를 수명시대에 맞게 강화된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해영 이사는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0세 수명시대에서 100세 수명시대에는 넘어가면서 새로운 기준의 고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며 “심부전 발병이 80세이상 10% , 90세엔 30%로 높다. 발병 이후 치료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100세까지 혈관이 버티려면 더 낮은 단계에서 조절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하 국제교류 이사는 “미국 가이드라인은 혈압약을 먹는 사람들만 조사했기 때문에 약을 먹지않는 사람까지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하 국제교류 이사는 “미국 가이드라인은 혈압약을 먹는 사람들만 조사했기 때문에 약을 먹지않는 사람까지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함께 배석한 박성하 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메디트리트저널 사진>는 미국 가이드라인이 고혈압 약을 먹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없기 때문에 일괄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미국 가이드라인의 기초가 된 데이터는 혈압 수치가 130이상인 사람들로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며 “약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130과 140사이의 혈압 수치를 갖는 사람들 가운데 심혈관 질환으로 발병된 데이터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를 130으로 낮추는 것은 맞지만 고혈압 기준을 130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고혈압 임상 데이터 자체 연구조사' 해야= 이처럼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대해 개정에 있어 학회 내부에서 조차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 실정에 맞는 우리만의 고혈압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조명찬 이사장.
조명찬 이사장.

조명찬 이사장<메디트리트저널 사진>은 “미국에서 조사한 10년 후 심혈관 발병 확률이 10% 이상이라는 결과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하지만 자체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 기준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만 우리는 자체 데이터가 없어 외국의 가이드라인을 수용 개작, 기존 연구논문 분석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관계 법령이 없어 시행하지 못했는데 올해 5월 심뇌혈관 질환 예방 법령이 시행되면서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예산 지원 등이 실시되면 머지 않아 한국 자체적으로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그 첫단계로 올해 고혈압 팩트시트(Fact Sheet)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노인 고혈압, 저항성 고혈압, 청년 고혈압, 당뇨 고혈압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 많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정부 예산을 확보해 장기 과제로 만들어 우리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만의 ‘에비던스’ 가 없는 상태에서 외국 것을 적용하는 것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한고혈압학회의 활동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른 구체적인 변화 내용과 입장에 대해 조명찬 이사장의 답변 전문이다.  

메디트리트저널과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의 일문일답.
메디트리트저널과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의 일문일답.

예를 들어 같은 수축기혈압 130mmHg에서도 동반된 위험 요인에 따라 10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는 1.1%에서 38.5%까지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역학 조사에 기인한 치료 전략입니다.” 

미국 고혈압진료지침(NewACC/AHA High Blood Pressure Guidelines-2017) 개정에 따라 고혈압 기준을 현행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새로이 개정된 고혈압 진단 기준으로 보면 국내 고혈압 환자가 16,527 천명으로 약 6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학회가 내세운 새 기준에 해당되는 모든 환자 약물치료를 받아야하는지 등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핵심 내용 및 파급 영향에 대해 설명 요청 드립니다.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난 일이고, 미국에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하면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 가량이 고혈압으로 분류 될 수 있습니다. 일단 공개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로 분석하면 30세 이상 성인에서 고혈압 유병율은 현행기준(140/90mmHg 이상)으로 전체 29.1% (남자 35.0% 여자 22.9%)이나, 새 기준으로는 전체 50.5% (남자 59.4% 여자 42.2%)로 무려 21.4%나 증가합니다.  

현행 기준으로는 고혈압 환자가 10,018천명인데 새로이 개정된 고혈압 진단 기준에서는 16,527천명으로 약 6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셈입니다. 철저한 혈압조절은 심혈관사건과 사망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미국 NIH 주도 SPRINT 연구, 메타분석 및 체계적 문헌고찰 등)에 기반한 진료지침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학회가 내세운 새 기준에 해당되는 신규 고혈압 환자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것은 아닙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5~10% 사이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약물치료 없이 생활습관개선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10년 심혈관질환발생 위험도이 10% 이상인 고위험군에서 130/80mmHg 이상이면 생활습관개선과 함께 약물치료를 고려하는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고려하고, 그 외에는 종전과 같이 140/90mmHg 이상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차별적 접근을 권유한 것입니다. ” 

미국 고혈압진료지침에서 미국 고혈압 일차 약제 선택의 경우, 고혈압 약제의 선택에서 가장 특기할 사항은 1차 선택 약제가 치아 지드 이뇨제, 칼슘차단제(CCB),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로 제한되어 베타차단제가 영국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1차 선택 약제에서 배제됐습니다. 또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는 140/90mmHg 이상일 경우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의 고혈압 약제를 사용하기를 권유하고, 이는 초기 혈압이 조절 목표에서 20/10 mmHg 이상 높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권유됩니다. 그러면, 국내 고혈압 진료 가이드에서 미국과 영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베타차단제 사용 제한이 필요한 것인지와 병용요법 시작 시점 등에 대해 설명 요청드립니다.  

“베타차단제의 뇌졸중 예방효과가 다른 계열의 고혈압약제 보다 떨어지고 당뇨병의 발생위험을 높여 빈맥성 부정맥, 심근경색후, 협심증, 심부전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는 사용되나 아테놀롤 같은 구세대 베타차단제는 사용하지 말고 대사적으로 개선된 효과를 가지는 카베딜롤이나 네비볼롤 등 신세대 베타차단제를 추천합니다.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도 아테놀롤은 노인에게 일차약으로 추천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의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특별한 적응증이 없는 단순한 고혈압환자에서는 베타차단제가 1차 선택약제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7년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고혈압 팩트시트‘ 중간결과에 의하면 고혈압환자의 34.8% 만 단독요법으로 처방받고 있고, 65.2%는 기전이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제로 병용요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혈압치료가 장기화될수록,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높거나 목표혈압이 낮은 환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며,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2013년)에서는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 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경우는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고혈압 약제의 병용투여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 

내년 초 개정 계획인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도 궁금합니다.  

“현재 임상에서는 2013년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KSH) 진료지침과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ESC/ESH) 권고안 및 2014년의 Joint National Committee 8차 보고서(JNC8) 등을 참조해 고혈압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2014년 대한의학회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여러 유관학회들이 참여해 일차의료용 근거기반 고혈압 임상진료지침을 제정하여 개원가에 보급한 바가 있습니다.  

고혈압의 약물 선택 및 처방 방향에 대한 고혈압 진료지침은 SPRINT 연구 같이 새롭게 발표된 연구결과, 메타분석 또는 최신정보 및 최근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등을 바탕으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기존 지침을 변경할지에 대해서는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회에서 검토하고 개정이 필요할 만큼의 과학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업데이트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2007년 발표된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지침은 2020년 수은혈압계의 퇴출에 따른 진료실 자동혈압(AOBP)의 도입이나 표준화된 혈압측정의 기준을 제시해야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가정혈압 및 활동혈압과 관련된 내용을 새로 추가하고 이를 진료지침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 

미국 고혈압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른 대한고혈압학회의 입장은?  

“미국의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이 ‘철저한 혈압조절은 심혈관사건과 사망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심혈관질환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제시합니다만은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불필요한 병원치료와 보험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이 우리나라 고혈압의 인지도 뿐만 아니라 치료율과 조절율이 향상되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2, 3위인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감소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해 생활습관개선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어 실천함으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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