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 ‘노악’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교수팀<사진>(이소령 교수·이현정 전임의)은 간질환을 동반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 최근 개발된 항응고제 노악과 전통적 약물인 와파린을 처방 후 비교한 연구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4-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 중 노악 처방 24,575명, 와파린 처방 12,778명을 조사했다.

처방 후 15개월 동안 추적관찰 결과, 노악은 와파린보다 허혈성 뇌졸중 45%, 두개내 출혈 52%, 위장관 출혈로 인한 입원 18%, 주요 출혈로 인한 입원 35%,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30% 낮았다. 복합임상지표 결과도 우수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전 연구에서 제외됐던 간경변, 바이러스성 간 질환, 간 효소 수치 상승 등 위험도가 높은 활동성 간질환 환자가 13%(4,942명) 포함됐다. 여기서도 노악은 와파린에 비해 일관되게 위험도가 낮았다.

간질환은 흔한 동반질환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바이러스성 간질환 유병률이 매우 높다. 특히 간질환으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는 혈전색전증과 출혈 위험을 동시에 상승시킬 수 있고 약물 대사에 영향을 미쳐 약제 사용에 조심해야 한다.

노악의 등장과 더불어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응고 치료가 확대됐다. 그러나 신기능 저하가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의 노악 치료 연구에 비해 간질환 동반 환자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데이터와 진료 지침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왼쪽부터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이현정 전임의.
왼쪽부터 최의근 교수, 이소령 교수, 이현정 전임의.

이소령 교수는 “경미한 간질환은 물론 활동성 간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노악은 와파린에 비해 치료 결과가 우수했다. 노악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최의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질환 동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였다. 이 환자들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 치료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방세동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수축되는 상황으로 혈액이 심방 속에 고여 응고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이 혈전의 일부가 떨어져 혈류를 타고 나가면서 혈관을 막아 뇌졸중 또는 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와파린

비타민K에 의존하는 혈액 응고 인자 합성을 저해시키는 약물. 환자 상태와 식습관에 따라 효과가 달라 혈액검사를 통해 용량을 조절한다. 수치가 높으면 출혈이, 낮으면 혈전이 생긴다.

노악

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NOAC). 최근 개발된 경구용 항응고제로 비타민K가 함유된 음식이나 약에 관계없이 신체에 일정하게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는 2011년 도입됐다.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라고 해서 ‘New Oral Anticoagulant’라고 하기도 하고 관련 국제학회에서는 ’New’를 빼고 DOAC(Direct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라는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서울대병원의 연구결과는 심장질환 관련 국제적인 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ACC;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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