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중·고교생 우울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요인을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윤제연 교수, 정하린 학생)은 4일 전국 청소년 1,99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우울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청소년기에도 충분히 우울과 불안을 겪을 수 있지만, 학생 스스로 대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호자인 학부모와 교사 입장에서도 학생의 증상을 조기에 감지해 전문치료기관으로 인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 윤 교수팀의 연구는 학생들의 우울증을 사전에 발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전국에 분포한 15개 중학교와 15개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총 1,991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의 우울경험(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낌)여부를 조사했다. 전체 1,991명중 271명(13.6%)는 우울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학생들의 ①건강관련행동(정기적 운동, 건강한 식습관, 공부와 휴식의 균형, 긍정적 마음가짐, 종교 활동 등) ②학교생활 만족도(등교에 잦은 거부감, 학교 내에서의 안전함 등) ③사회적 지지망(아버지,어머니,형제,친구,선생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지 여부) 
④성별, 나이, 체질량 지수 등 21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자가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후 통계분석을 통해 각 항목과 우울 경험 여부의 관계를 파악했다.

중·고생 우울을 조기 감지할 수 있는 요인은 ‘등교에 잦은 거부감’이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주 느끼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우울증이 있을 가능성이 3.25배 높았다.

윤영호 교수, 윤제연 교수.
윤영호 교수, 윤제연 교수.

반면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위해 노력하거나, 어머니와 고민을 얘기할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우울 위험성이 각각 35%, 46% 낮았다.

이미 다양한 선행 연구가 청소년 우울과 관련된 몇 가지 요인을 밝혀냈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감지할 수 있는 요인별 가능성을 계산해, 우선순위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 제1저자인 서울대병원 윤제연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 우울증을 조기에 감지하고 적절한 환경조성, 치료기관연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신 저자인 윤영호 교수는 “다양한 접근을 권장하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청소년건강조사가 신체적 건강에만 국한된 것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실태만 발표하고 보호자, 지역사회의 노력을 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소년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직접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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