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운영중인 이동형 중환자실이 실제 병원 중환자실과 동일한 수준의 치료 환경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 사이 체외생명보조장치(Extra Corporeal Life Support, ECLS)를 단 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료헬기 또는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들을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기간 체외생명보조장치 유지중인 환자 46명을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해 왔다. 하늘과 땅으로 약 1만 km를 이동했으며, 총 60시간이 이송 작전에 소요됐다. 

체외생명보조장치란 환자의 심폐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로, 환자들은 말 그대로 여기에 의지해 간신히 생명을 붙들고 있다. 이 경우 좀 더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의료진과 시설을 확보한 상급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자를 옮기는 것 자체가 위험해 환자를 보내야 하는 병원이나 받아야 하는 병원 모두 부담이 큰 탓에 성사되기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들 중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체외생명유지장치로 치료 받고 있던 입원환자(148명)와 나이와 성별, 질병력 등 조건이 맞는 이송환자 44명(matched-population)을 추려 두 그룹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체외생명보조장치를 단 환자들의 치료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생존퇴원율에서 기존 병원 환자 그룹(64.2%)과 이송 환자 그룹(63.6%)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체외생명보조장치로 인한 부작용으로 하지 허혈과 그에 따른 절단, 급성신손상과 같은 합병증은 이송 그룹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 온 환자 대부분은 장기간 치료하면서 상태가 많이 악화된 상태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률은 원내 환자와 이송 환자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데 대해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 꾸린 이송팀과 중증치료센터 구성원들의 탁월함 덕분으로 풀이했다.

삼성서울병원 전문 이송팀은 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중환자의 이송 의뢰가 있을 시 우선 다학제 회의부터 연다. 이송팀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심장외과 전문의,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체외순환사를 포함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환자 상태를 평가해 이송 방법을 결정한다. 의식이 없는 등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이 있거나 침대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이송 절차가 진행된다.

이송 중 주로 발생하기 쉬운 기기 오작동으로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번 출동 때 마다 여분의 장비를 구비하고, 실제 작동하는지 거듭 확인도 한다.

환자 이송 수단으로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 환자가 있는 곳에 도달하고자 삼성서울병원에서 자체 운용하고 있는 헬기를 주로 이용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응급의료헬기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서울-제주 약 500km를 중간 급유 없이 운항이 가능하고, 심전도, 제세동기, 인공호흡기 등 첨단의료장비를 갖춘 새 헬기를 운용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운용 중인 응급의료헬기. 하늘 위에서도 중환자실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운용 중인 응급의료헬기. 하늘 위에서도 중환자실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송 환자 46명 중 30명(65.2%)이 헬기로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헬기 착륙 지점이 마땅치 않거나 기상 조건 등 헬기 운항이 어려울 때는 전용 구급차를 이용했다. 

조양현 교수는 “체외생명보조장치를 달 만큼 상태가 위중한 환자를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상급 병원 전원이 필수지만, 이송 그 자체가 부담이 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다학제팀을 꾸리고 충분한 시스템을 갖춘 기관이라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흉부외과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rdio-Thoracic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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