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World IBD Day)'로 5개 대륙 50개국을 대표하는 환자단체 및 의료진과 크론병·궤양성 대장염협회 유럽연맹(EFCCA)이 함께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기념하고자 제정한 날이다. 

올해에는 '#Make IBD work'을 주제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원활한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질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난치성 질환으로, 최근 국내 4년 간(2015년-2019년) 환자수가 약 33% 가량 증가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젊은 연령층에서의 발병 위험이 높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질병 자체로 인한 면역 저하, 장관의 염증이나 수술에 의한 장관 방어체계 손상, 영양결핍, 내시경 검사 등 잦은 침습성 검사 등으로 인해 감염에 취약하다.

Adapted fr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 통계 정보.
Adapted fr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 통계 정보.

특히, 중등도-중증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면역억제치료를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면역억제치료로 인한 중증 기회감염의 위험도가 급증하기도 한다.

기회감염이란 건강한 상태에서는 질병을 유발하지 못하던 병원체(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가 다양한 이유로 병원체를 막아내는 신체의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감염증을 유발하는 것을 뜻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발병률 및 치명률이 증가하는 감염병 중에는 '폐렴'이 포함된다. 실제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코호트 분석 연구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폐렴 발병 위험이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1.8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미국 국립 입원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중 27.5%가 감염으로 인한 입원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폐렴 관련 입원 후 사망률은 3.6배 증가한 것을 나타났다.

폐렴의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으로, 성인에서 폐렴 뿐 아니라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면역억제 치료를 받거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폐렴구균이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위험이 건강한 성인의 약 4.4배–8.4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기회감염 예방을 위해 적절한 선별 검사와 예방접종이 권장되고 있지만, 실제 진료에서 예방접종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설문조사 연구에서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 백신 접종률이 34.9%에 육박하는 반면,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4.2-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질병 진단 즉시 나이, 위험인자, 과거 예방접종 및 감염질환에 대한 병력을 확인하고, 항체 검사가 가능한 질환은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한 다음 면역력이 없는 경우 즉시 예방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폐렴구균 감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다른 감염에 비해 사망률이 높고, 장기 면역억제치료와 만성질환이 폐렴구균 감염의 잘 알려진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필수 예방접종항목으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13개의 폐렴구균 혈청형에 대한 감염을 예방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PCV13)과 23개의 폐렴구균 혈청형에 대한 감염을 예방하는 23가 다당질백신(PPSV 23)이 허가되어 있다.

실제로 대한장연구학회는 염증성 장질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표를 2019년 발표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예방접종표에 따르면, 폐렴구균 예방접종과 관련해 19세부터 65세 미만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한 후 최소 8주 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5년 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추가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후, 65세가 되면 23가 다당질백신을 한번 더 접종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및 염증성 장질환 센터 예병덕 교수는 "폐렴구균 감염증은 사망 등 각한 결과까지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염증성 장질환 환자, 특히 질병 활동도가 높거나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염증성 장질환 자체의 치료법에 대한 인식은 향상되고 있지만, 예방접종 등 전반적인 관리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해 의료진 및 환자 모두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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