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발생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지 4년째를 맞은 가운데, 마스크 착용을 하고 음성검사를 하더라도 착용하지 않은 것과 큰 차이 없이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병원장 송영구) 이비인후과 임재열 교수는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이승진 교수와 함께 ‘발성장애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펜데믹 시대 음성검사 측정의 신뢰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소리를 만드는 성대 부분에 이상이 생긴 경우, 의료기관에서는 음성장애 유무 및 이상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음성검사를 시행한다. 목소리의 높낮이가 어느 정도로 흔들리는지, 목소리를 내는 데에 공기 누수가 있는지 등을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펜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은 음성검사에 있어 일종의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마스크 착용 시 입 모양이 보이지 않고 소리가 막혀 말의 명료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마스크가 음량 감소 및 음성신호 왜곡을 야기해, 측정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선행연구들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다만 마스크 착용이 음성 검사의 음향학적 신뢰성을 훼손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재열 교수, 한림대학교 언어청각학부 이승진 교수(좌측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임재열 교수, 한림대학교 언어청각학부 이승진 교수(좌측부터).

연구팀은 마스크 유무에 따른 음성검사의 신뢰성 차이를 알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음성검사를 시행한 코호트(동일 집단)을 설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펜데믹 이후 편측 성대마비 및 성대 기능 부전이 있는 총 120명의 환자 및 건강한 성인 40명의 음성 결과와 펜데믹 이전 마스크 착용 없이 음성평가를 받은 120명의 환자와 건강한 40명의 음성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음성 검사를 위해 한국어 구절 및 4초 길이의 모음 샘플을 산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검사 결과를 도출했다.

그 결과 음성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 변수인 캡스트럼 피크 현저성(Cepstral Peak Prominence, CPP)과 그 표준편차(σ), 주파수 변동율(Jitter), 진폭 변동율(Shimmer), 소음 대 배음비(Noise-to Harmonic Ratio, NHR), 음향학적 심리측정적 발성장애 중증도 지수(Acoustic Psychometric Severity Index of Dysphonia, APSID) 등에서 코호트 간 차이가 없었다(0.2<P<0.8). 또한 음향학적 측정치와 중증도 지수의 ROC 곡선 분석의 AUC를 비교한 결과, 주요 변수에서 코호트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표)음성의 질(voice quality)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음향학적 변수인 CPP의 곡선 아래 면적(AUC)의 코호트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음성의 질(voice quality)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음향학적 변수인 CPP의 곡선 아래 면적(AUC)의 코호트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열 교수는 “최근 COVID-19 유행이 진정세를 이어가면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병원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기에 현 시점에서 음성검사의 신뢰성은 더욱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펜데믹 기간에도 음성 검사가 마스크 착용 여부에 관계없이 일관적이고 정확하게 수행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마스크 착용 상태에서의 음성검사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 감염관리는 물론 정확도 높은 음성검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Reliability of Acoustic Measures in Dysphonic Patients With Glottic Insufficiency and Healthy Population: A COVID-19 Perspective(발성장애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펜데믹 시대 음성검사 측정의 신뢰도 연구)」라는 제목으로 국제 음성학 저널 ‘Journal of Voi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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