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중증 췌도부전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대한당뇨병학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렸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차봉수)은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국회의원 주최로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의 선진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진행으로 당뇨병 전문가, 1형당뇨병 환자 환우회, 언론기자, 이종성 국회의원실 등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진행됐다.

이 토론회는 췌도부전(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인 췌도의 비가역적인 기능이상) 때문에 인슐린 투여가 반드시 필요한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됐다. 1형당뇨병, 진행된 2형당뇨병, 췌장 절제 후 당뇨병, 일부 임신당뇨병 환자의 경우 췌도부전으로 인해 인슐린 치료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일반적인 당뇨병에 비해 혈당관리에 훨씬 많은 노력과 비용, 그리고 촘촘한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초점은 대부분 약제로 조절가능한 경증의 일부 2형당뇨병 환자에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며, 중증환자로의 지정도 되어있지 않다.

이번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이종성 국회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 9일 태안에서 발생한 1형당뇨병 환아 가족의 불행한 사건을 목격한 직후여서 이번 토론회의 의미는 매우 크다”며 “속히 대책을 마련해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질병 악화로 고통받지 않도록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인슐린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정책 가운데서도 △정확한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인슐린 주입기들의 활용과 지속적·집중적·입체적인 혈당관리가 가능하도록 적절한 치료/관리수가를 인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현재 요양비로 지원되는 센서연동인슐린펌프 등 4등급 의료기기와 디지털펜 등을 요양급여체계에 진입시키는 문제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었다.

발제를 맡은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TF팀장(삼성서울병원 당뇨병센터장)은 췌장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거나 아예 없는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며 합병증이 생기기 쉬운 중증질환자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정확한 인슐린 양 조절과 투여를 하기 위해 매우 긴 시간의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현행 제도 하에서는 관련 수가가 없어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재현 교수는 “디지털펜과 센서연동인슐린펌프, 인공췌장인슐린펌프의 정확한 활용과 지속적인 혈당관리를 위한 의료진의 전문적인 지도와 처치 과정에 대한 수가가 없고, 환자가 다루기에 위험도가 매우 높은 4등급 의료기기를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 방식으로 지원하면서 환자 스스로 의료기기상에서 구입해 사용”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는 아무런 치료/관리 수가도 없이 수 시간/수 회 반복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환자들이 스스로 4등급 의료기기들을 구입하고 사용하다 어려워서 도중에 중단하거나, 착용은 해도 실제 혈당개선 효과를 못 보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고 환자 건강도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현 교수는 문제해결을 위해 △디지털 펜, 센서연동인슐린펌프, 인공췌장인슐린펌프 등 환자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기기에 대해 치료 및 관리과정에 대한 수가를 제정 △요양비 제도가 아닌 요양급여를 통한 기기값 지원 △고가의 인공췌장인슐린펌프는 외국과 같이 렌탈제도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하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최근 복지부가 제시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19세 미만 환자 대상의 인슐린펌프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도 연령과 무관하게 대상 환자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질환의 중증도(췌도 기능)에 따를 것을 제안했다.

신재용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토론에는 김종화 대한당뇨병학회 전 보험-대관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장), 이정화 병원당뇨병교육간호사회 부회장(강동경희대병원 당뇨병교육간호사),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윤은선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지급부장이 패널로 나섰다.

​​대한당뇨병학회·이종성 의원실,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췌도부전 당뇨병 환자 위한 정책토론회' 열어.
​​대한당뇨병학회·이종성 의원실,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췌도부전 당뇨병 환자 위한 정책토론회' 열어.

김종화 교수는 “1형당뇨병 환자들 대상의 장시간의 교육, 지도, 관리는 효과적인 혈당관리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으로서 수가가 도입”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중증의 당뇨병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화 부회장은 “중증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소요되는 긴 교육시간에 비해 이를 수행할 간호 인력은 매우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은 반드시 환자들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수가 부재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요양급여체계에 진입할 경우 환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편익 역시 매우 클 것”이라 기대했다.

김미영 회장은 “최근 1형당뇨병을 가진 환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소식에서 보듯이, 환자들의 혈당관리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1형당뇨병의 중증난치질환 인정을 비롯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했다.

정성훈 과장은 “복지부에서 환자의 접근성 관점에서 정책을 재정비하여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등 조치를 취해 왔다”면서 “환자 교육 관련한 정책적 필요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윤은선 부장은 “최근의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들이 겪는 불편과 애로사항을 알 수 있었으며 이것이 사용률이 높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면서 환자 중심의 제도 운영으로 환자들이 더 안심하고 의료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혈당조절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당뇨병 환자의 경우 경증 당뇨병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접근과 치료, 그리고 관련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토론회가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의 상황과 요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지원을 통해 환자들의 삶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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